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공급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의 실효성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에 과도하게 집중된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이 오히려 사업 속도를 저해하는 ‘병목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정비구역 지정 등 핵심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할 것을 촉구하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끌고 갈 태세다.
Top 3 핵심 요약
- 신통기획 실효성 논란: 더불어민주당은 신통기획 대상지 224곳 중 주택 착공 실적이 전무하다며, 오세훈 시장의 주택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서울시 권한 집중 문제: 정비구역 지정과 통합심의 권한이 서울시에 집중되어 행정적 병목 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것이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자치구로의 권한 이양 요구: 민주당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인허가 권한 일부를 자치구로 이양하여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핵심 배경: 속도전 내세운 신통기획,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서울시가 직접 참여하여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사업 기간을 2년 내외로 단축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혁신적인 정비사업 모델이다. 이는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서울의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오 시장은 신통기획과 모아주택을 통해 6년간 한강벨트에 3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정책의 실효성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신통기획의 절차적 문제와 실질적 성과 부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서울시의 행정 독점 구조를 비판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주요 내용 분석: 민주당의 공세와 서울시의 대응
“이름만 신통, 현실은 불통” 쏟아지는 비판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천준호 의원이 공동 주최한 ‘속도 잃은 신통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을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오 시장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오 시장 재임 4년 3개월 동안 인허가와 착공 실적은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과 비교해 각각 8만 4,549가구, 13만 5,500가구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통기획 대상지 224곳 중 실질적 착공에 들어간 곳은 단 2곳뿐이며, 이마저도 주택이 아닌 오피스 건물”이라며 주택 공급 성과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의원 또한 신통기획을 ‘불통 기획’이라 규정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서울시가 주택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적정 기준에 따라 인허가권 일부를 지방정부(자치구)에 이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서울시의 중앙집권적 사업 추진 방식이 현장의 다양한 변수와 소통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효율만 낳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행정 병목의 원인, 서울시의 권한 독점?
민주당이 지적하는 핵심 문제는 ‘권한의 과도한 집중’이다. 천준호 의원은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계획 통합심의 권한이 서울시에 과도하게 집중돼 행정 병목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래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도입된 통합심의 제도가, 모든 안건이 서울시로 몰리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사업 속도를 늦추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 설계의 의도와 실제 운영 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정비사업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자치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자치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계획안을 올려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등 상위 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절차적 비효율성이 누적되면서 ‘신속’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것이 민주당의 시각이다.
서울시의 반론: 모아주택 성과로 맞불
한편, 서울시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모아주택’ 사업의 성과를 내세우며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 토론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7일, 서울시는 제17차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 위원회를 열어 총 7개 지역의 모아주택 사업시행계획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금천구 시흥3동, 강북구 번동, 중랑구 중화동 등지에 총 3,867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대규모 재개발인 신통기획과 별개로,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꾸준히 주택 공급을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책·사회적 의미 및 시사점
이번 신통기획 논란은 단순히 특정 정책의 성패를 넘어 서울시 주택 정책의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앙집권적 방식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효율적인가, 아니면 분권화를 통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택 공급은 시장 안정성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정책 과제다.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함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의 논쟁은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성공적인 도시 정비사업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광역자치단체와 현장의 실행력을 담보하는 기초자치단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전망 및 종합 평가
신통기획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은 내년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의 핵심 공약인 신통기획의 부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시정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시는 모아주택 등 가시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며 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택 공급 성과다. 정치적 논쟁을 넘어, 현재의 행정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속도를 낼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합리적인 권한 배분을 통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측 가능한 주택 공급 정책을 통해 시장에 신뢰를 주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작성자: 밸러매거진 디지털 크리에이터 JEENY